[‘천사의 섬’ 신안 여행] 島島한 매력, 이런 섬 처음이지?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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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섬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신안군 자은도의 분계 해수욕장. 해안을 따라 펼쳐진 송림 너머로 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때 묻지 않은 섬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신안군 자은도의 분계 해수욕장. 해안을 따라 펼쳐진 송림 너머로 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남도 여행은 생각만으로 즐겁다. 예술과 풍류, 맛이 저절로 떠오르는 그 남도의 서쪽 끝, 목포 앞바다에 신안군이 떠 있다.

1025개 섬으로만 이뤄진 ‘섬들의 고향’이다. 나무가 없는 암초 형태의 섬을 빼면 유·무인도는 1004개, 신안이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달 개통된 ‘천사대교’ 덕에

숨어 있던 보물섬 육지와 연결

분재공원·갯벌·노두길·해수욕장

반짝반짝 빛나는 볼거리 가득

신안의 중부권인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네 섬이 지난달 개통된 ‘천사대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됐다.

오랜 세월 속살을 감춘 채 세상과 닫혀 있던 보물섬들을 찾아 남도 바닷길을 달렸다.

‘바다를 제압하다’ 전설의 옛 왕국 압해도

천사대교 전경. 천사대교 전경.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는 다리 구간만 7.22㎞로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 광안대교에 이어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긴 다리다. 사장교는 주탑 높이가 서로 다른 고저주탑 형식이어서 전체적으로 W 형태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천사대교로 가려면 먼저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를 거쳐야 한다. 압해도는 ‘바다를 제압한다’는 뜻을 가진 섬으로 옛날 서남해 해상세력의 중심에 서 있던 하나의 나라였다. 후삼국시대 왕건과 궁예에게 대적한 해상영웅 ‘수달장군 능창’과 구렁이로 변한 왕자를 사랑한 공주가 왕자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달라며 빌고 또 빌었다는 ‘비비각시 섬’의 전설이 전해온다.

압해도에는 바다를 내려다보는 멋진 풍광과 함께 아름드리 분재와 조각 작품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천사섬 분재공원이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에는 분재원과 온실, 애기동백 산책로, 쇼나 조각 야외전시장 등이 조성돼 있다.

압해도의 천사섬 분재공원. 압해도의 천사섬 분재공원.

분재공원 안의 저녁노을 미술관과 바깥쪽 바닷가의 노을해변에서 바라보는 압해도의 노을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시인 노향림은 압해도를 소재로 6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지주와 일제에 맞선 소작쟁의의 현장, 암태도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건너면 곧바로 암태도에 닿는다.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천사대교를 달리며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과 광활한 갯벌은 감동 그 자체다. 민물장어 양식에 사용되는 실뱀장어를 잡는 수십 척의 무동력 바지선들이 바다 위에 떠있는 모습은 또 다른 장관이다.

암태도는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암태도는 일제 강점기 지주와 일제에 맞선 항일 농민운동의 발원지로 농민운동사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이곳 갯벌에 방조제를 쌓고 대규모 농지가 생기면서 일제와 결탁한 지주, 소작농으로 전락한 마을 주민들 간에 소작료를 둘러싼 분쟁이 생기고, 농민들이 1년여에 걸친 투옥과 단식 투쟁 끝에 승리로 이끌면서 1920년대 전국적인 소작쟁의의 불길을 당겼다. 암태면사무소 앞에는 소작쟁의 역사를 알려주는 ‘암태도 소작인 항쟁 기념탑’이 우뚝 솟아있다.

암태도에는 부속섬인 추포도를 연결하는 오래된 노두길이 있다. 노두길은 썰물 때 드러난 갯벌에 징검다리를 놓아 섬으로 건너가는 통로로 삼은 길을 말한다. 암태도와 추포도를 연결하는 옛 노두길은 2.5㎞ 길이로 3600여 개의 돌을 놓아 만들었다. 지금은 노두길 옆에 콘크리트 도로가 들어서 차로 건너갈 수 있다. 추포 노두길 양쪽에는 작은 염전이 있어 서해 바다의 그윽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동백나무 머리를 하고 있는 암태도의 노부부 벽화. 동백나무 머리를 하고 있는 암태도의 노부부 벽화.

천사대교를 지나 차로 10여 분 달리다 보면 삼거리에서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재미난 벽화를 만나게 된다. 담장 너머 동백나무를 머리삼아 할아버지, 할머니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다. 처음에는 할머니 그림만 있었으나 할아버지가 “나만 빠졌다”고 서운해하는 바람에 신안군에서 나무를 한 그루 더 심고 할아버지 얼굴을 그려 넣었다.

자애롭고 은혜로운 섬, 자은도

이 벽화를 정면에 두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뜻의 자은도가 나온다.

이 섬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 해수욕장만 9개에 이르고, 북쪽의 둔장해변에서는 백합조개잡이 등 어촌체험을 할 수 있다. 둔장해변에서 한운선착장까지 이어지는 12㎞ 구간의 해넘이길은 다도해와 갯벌을 배경으로 서해 바다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여인송 여인송

자은도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서쪽 끝에 자리한 분계 해수욕장이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아름드리 송림과 부드럽고 깨끗한 모래사장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느낌이다. 특히 여인 몸매를 꼭 닮은 형상을 한 여인송은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준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꼭 찾는 곳이다. 꿈 속에서 일러준 대로 소나무에 물구나무로 매달린 채 남편을 기다렸다는 옛 전설처럼 거꾸로 나무를 바라봐야 아름다운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오다.

자은도의 해사랑길. 자은도의 해사랑길.

분계 해수욕장에서 신성해변과 면전마을을 잇는 나무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면 백사장 길이가 900m에 이르고 뒤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백길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자은도는 예전에는 ‘모래 서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라는 말이 전해올 만큼 척박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특산물인 대파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며 손꼽히는 부자섬으로 떠올랐다.

소망의 다리로 이어진 박지도와 반월도

암태도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다리를 통해 팔금도, 안좌도가 차례대로 연결된다.

안좌도는 한국 서양화가 1세대이자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김환기 화백의 예술혼이 깃든 곳으로 유명하다. 그가 유년시절 살았던 생가가 남아있고, 작품활동을 했던 화실도 재현돼 있다. 읍동 선착장 등 마을 거리에 그의 대표작품이 그려져 있다. 생가 주변에는 미술관이 조성 중이어서 앞으로 그림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섬 속의 섬을 연결하는 박지도·반월도의 퍼플교. 섬 속의 섬을 연결하는 박지도·반월도의 퍼플교.

특히 안좌도에는 박지도·반월도를 잇는 나무다리인 ‘퍼플교’가 인기다. 걸어서 육지를 건너는 것이 소망이었던 할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든 다리로 처음에는 ‘소망의 다리’로 불렸으나 보라색 꽃이 온 섬을 뒤덮어 퍼플교란 이름을 새로 얻었다. 두리항~박지도~반월도를 연결하는 두 개의 다리로, 전체 길이가 1462m에 달한다. 썰물 때는 다리 아래로 갯벌이 그대로 드러나 짱뚱어, 칠게 등 갯벌 생물을 관찰하기에 제격이다.

박지도에는 섬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해안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다. 섬 속의 섬을 걸으며 아름다운 바다와 갯벌, 석양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신안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신안, 어떻게 둘러볼까

목포버스터미널에서 압해도~천사대교~암태도를 거쳐 자은도(1004번)와 안좌도(2004번) 방면으로 각각 운행하는 공영버스가 운행한다. 오전 6시30분 첫 버스를 시작으로 2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신안의 섬을 자전거를 타고 두루 다녀볼 수 있는 자전거 투어 행사도 마련돼 있다. 노두길과 염전길, 방조제길 등을 이용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의 속살을 맛볼 수 있다.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운영된다. 6월에는 10일 자은도와 암태도, 24일 팔금도와 안좌도 코스가 준비됐다. 신안군청 홈페이지에서 일주일 전 월~수요일에 신청을 받으며, 요금은 3만 원이다.

목포역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매주 화~일요일(월요일은 제외) 오전 9시 30분에 목포역을 출발해 퍼플교와 김환기 고택, 분계 해변, 천사섬 분재공원 등을 둘러본 뒤 오후 5시에 목포역으로 되돌아온다. 요금은 1만 원이며, 점심은 개별 부담이다.

광주를 기점으로 운영되는 ‘남도 한바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광주 유스퀘어(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해 무안 황토갯벌랜드와 신안 증도의 화도노두길, 짱둥어다리 등을 여행하는 무안·신안 갯벌여행이 인기다. 요금은 9900원.

신안군의 관광명소와 맛집, 숙박 등을 검색하려면 휴대폰에서 ‘신안 스마트투어’ 어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 유용하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섬 안내와 함께 관광 명소, 배편 찾기 등 다양한 관광정보를 한 눈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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