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세진, ''수원행 후회 없어…슈퍼매치 기대하시라''
입력 : 2018.04.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화성] 서재원 기자= “수원을 택한 건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제가 팬들에게 사과할 방법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열아홉. 십대와 이십대의 경계에 놓인 나이.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긴 했는데, 성인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어설픈 때다.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은 많아졌는데, 아직 혼자하기엔 역부족이다. 책임이란 무게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친구, 지인 등 주변의 조력자들의 도움이 절실한 나이다.

전세진(19, 수원 삼성)은 딱 그 시기였다. 교복을 벗기도 전에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했다. 실력은 있기에 선택지는 다양했다. 프로 진출을 택했는데 이런저런 제안과 조언이 쏟아졌다. 물론 본인의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유럽의 문을 두드렸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본인과 주변의 욕심이 앞섰고, 약속은 잠시 뒤로 제쳐뒀다. 파장이 그리 클 거라고는 겪어보고 나서야 실감했다. 그 책임의 무게를 배웠다. 그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세진은 PSV에인트호벤이 아닌, 자신을 키워준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그게 불과 3개월 전의 일이다. 잠시 엇나갈 뻔했지만, 결과적으로 전세진은 바른 선택을 했다. 그러나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팬들 앞에서 몇 차례 진심 어린 사과는 했지만,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제 잘못을 잘 알고 있어요. 팬들에게 진짜 사과할 방법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더욱 열심히 해서 스스로를 증명할게요.”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의 클럽하우스에서 전세진을 만났다. 김학범호에 깜짝 호출돼 훈련을 마친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를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에 장난기 섞인 표정까지, 그는 영락없는 열아홉이었다.



- U-23 대표팀 훈련은 잘 다녀오셨나요? 워낙 깜짝 발탁이라 놀랐어요.
당연히 저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서정원 감독님께서 먼저 말씀해주셨는데, 처음에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명단이 발표되고 나니 실감 나더라고요.

- 이전까지 U-18 등 대표팀은 경험했지만, U-23은 처음이에요. 파주로 들어서는 느낌이 다르던가요?
작년에 U-18 대표팀에 차출된 경험이 있어서 소집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23세 형들이랑 처음 보는 자리이니, 조금 더 긴장이 됐어요.

- 김학범 감독님과 만남이 궁금해요.
사실 생각하던 느낌과 달라서 놀랐어요. 들은 바로는 무섭고, 강한 이미지였는데, 첫 훈련 때부터 장난도 많으시고 자상하셨어요. 훈련 설명도 차근차근 해주셨고요.

- 정말 선수들 사이에서 김학범 감독이 무섭다는 소문이 많았나요?
그냥 들리는 소문이 큰 것 같아요. 누구에게 들었다기 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이미지가 강하신 듯해요.

- 김학범 감독님은 체력을 강조하기로 유명해요. 따라가는데 문제는 없었나요?
확실히 훈련할 때 다른 감독님과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정해진 시간을 보다 타이트하게 활용하세요. 한 번 훈련에 들어가면 쉬지도 않고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입장이었는데, 최대한 잘 따라가려고 노력했어요. 금방 적응해서 큰 문제는 없었고요.

- 김학범 감독님이 전세진 선수에게 따로 요구한 부분은요?
저에게만 따로 말씀하시거나 요구하신 부분은 없었어요. 항상 팀 전체에 대해 말씀해 주셨죠. 미디어 인터뷰 때와 마찬가지로,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주셨어요. 정말 나이가 아닌 실력대로 평가해주시더라고요. 그러다보니 훈련 때 자신감이 더 붙었어요.

- 대표팀에선 오른족 윙어로 뛰었다고 들었어요. 매탄고 시절엔 공격수였고, 지금 수원에선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뛰는데, 진짜 자신 있는 위치가 어딘가요?
원래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이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뛰던 위치였죠. 18세 대표팀에서도 그 자리에서 뛰었고요. 이번 차출 때는 오른쪽 윙어를 처음 서봤어요. 왼쪽 윙은 그래도 서봤는데, 오른쪽은 처음이라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막상 오른쪽에서 형들과 경기를 뛰어보니 큰 문제가 없더라고요. 특정 포지션에 대한 고민 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겼던 것 같아요. 유기적인 플레이도 많이 나왔고요.

- U-23 대표팀에서 형들과 경쟁해야 해요. 아시안게임에 대한 욕심도 생겼을 것 같고요.
물론이에요. 자신 있어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느꼈어요. 수원에서 경기를 많이 뛰다보면 분명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전세진은 지난 1월 30일에 열린 타인호아(베트남)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수원 관계자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말 빠른 데뷔전이었다. 수원이 4-0으로 앞서던 후반 13분 임상협과 교체돼 경기장에 투입됐다.

- 데뷔전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아! 그때는 정말 너무 못했어요. 전 자신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신감이 있어야 안 되는 플레이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심감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 그래도 데뷔가 정말 이른 편이었어요. 예상은 조금 하셨나요?
(염)기훈이 형이 신인들은 동계 때 보여줘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동계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동계 훈련에 합류하기 전에도 몸을 만들어놔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 기훈이 ‘형’이라고 하시네요?
형이랑 나이로는 16~17살 정도 차이가 나요. 기훈이 형이 저까지는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내년에 들어오는 친구들부터는 삼촌이라고 부르게 해야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 데뷔 후 한 달 이상이 지났어요. 프로 생활은 조금 어떠신가요?
경기에 들어갈 때도 있고 못 들어갈 때도 있는데, 많은 관중들 앞에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못 들어가게 되는 경우에는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프로에서 경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이 경쟁이 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봐요.

-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공격포인트에 대한 욕심이 강하게 보였어요.
골을 넣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들어갔을 때 팀 분위기가 바뀌던지, 팀이 득점하는 게 목표예요. 제가 스스로 마무리하는 건 두 번째 일이고요.

- 그러면 데뷔골은 언제쯤 터질까요?
조만간 나올 것 같아요!

- 선배인 유주안 선수보다도 빠르겠네요?
꼭 그렇게 하고 싶어요. 4월 안에는 넣고 싶어요. (그럼 슈퍼매치에서 넣으면 되겠네요!) 슈퍼매치에서 넣는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 곧 슈퍼매치가 열려요. 본인이 생각하는 슈퍼매치는 어떤 이미지였나요?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슈퍼매치를 보면 소름이 돋았어요. 양쪽에서 응원을 하는데, 그 응원 대결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색달랐던 것 같아요. 정말 웅장했어요. 여기서 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프로에 올라오게 되니, 뛰고 싶은 마음도 큰데,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 경기장에 들어서면 주로 앞에는 데얀, 옆에는 염기훈 선수가 있어요. K리그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는 느낌은 어떤가요?
정말 많은 부분을 배우는 것 같아요. 경기 중에 정말 여러 가지 선택이 나오는데, 형들은 항상 좋은 쪽을 선택하시더라고요. 그런 상황 대처 능력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 염기훈 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동계훈련 때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권)창훈이 형 이야기를 해주면서, 저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많이 주셨어요. 보완할 부분에 대해서도 말해주셨고요. 아무래도 기훈이 형 이야기다 보니 더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 권창훈 선수가 매탄고 시절 세진 선수의 멘토(수원의 멘토링 프로그램: BBB(Blue Blood Brothers)였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권창훈 선수에 대한 생각도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창훈이형은 매탄고 10번 선배로서, 매탄고 출신, 또 수원 출신으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제 롤모델이에요. 창훈이형과 같이 생활해 본 것은 아니지만,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 같은 경우를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경기에 투입됐을 때 흐름을 바꾸는 것이요. 처음부터 조급해하지 않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창훈이형처럼 팀의 주축으로 성장할 것 같아요.




권창훈과 해외진출, 이야기는 자연스레 지난겨울 추진했던 PSV행으로 넘어갔다. 수원의 우선지명을 받았던 그는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PSV 입단 테스트 소식을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수원과 상의 없이 추진한 이적이었기에 논란이 됐고, 끝내 유럽행의 꿈을 접고 수원으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K리그에 준프로계약 제도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권창훈 선수 등을 보면서 유럽 진출에 대한 갈망이 컸을 것 같아요. 지난 겨울 PSV행 추진도 그 연장선상이었을 거라 생각되고요. 어떤 심정이셨나요?
주변에서 ‘기회가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큰 기회라고 생각했고,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 어린 나이에 힘든 시기였을 거라 생각돼요.
답답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최대한 답답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히 기다렸어요.

- 고등학교 시절부터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고 알고 있어요.
지금 당장 해외 진출을 하고 싶은 것 보다는,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꿈이었어요.

- 전세진 선수의 그 결정에 등을 돌린 팬들도 상당했어요. 몇 차례 사과는 했지만, 여전히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고요.
제가 잘못한 부분이기에 팬들의 질타를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경기장에서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것뿐이라고 봐요. 정말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수원에 돌아온 전세진은 정말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형들의 남다른(?) 사랑도 받고 있다. 특히 데얀은 자신이 사랑하는 별다방 카페를 갈 때마다 전세진을 찾는다고 한다. 서정원 감독도 전세진을 주요 전력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슈퍼매치에서 골을 약속했다'고 하니 "그럼 꼭 뛰게 해야 겠는데?"라고 답했다.

-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팀에 잘 적응하고 계신 것 같아요. 감독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을 것 같은데요.
팀에 빨리 적응하는 게 먼저였어요. 그래야 경기에 출전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동계훈련에 임하고, 쫓아가려 했어요. 감독님도 다른 것 신경 쓰지 말고 축구에만 집중하라고 말씀해 주셨고요.

- 결국 수원으로 돌아왔잖아요? 후회는 없으신가요?
후회 없어요. 정말이에요!

- 4월 데뷔골, 슈퍼매치 출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최종적인 이번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프로에 와서 느끼고 있지만, 한경기 한경기 이길 때마다 정말 짜릿해요. 계속해서 승리하면서, 팀의 우승을 느껴보고 싶어요. 저 개인적인 목표는 정해두고 싶지 않아요. 한경기라도 더 엔트리에 들고, 출전의 기회를 늘리고 싶어요. 제가 뛰는 경기마다 공격포인트도 기록하고 싶고요.

- 축구선수로서의 꿈도 특별할 것 같아요.
정상까지 가고 싶어요. 우선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예요. 기훈이형처럼 월드컵에도 가고 싶고요. (이번 월드컵은 무리지만, 2022년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요. 그 무대가 2022 카타르월드컵이라면 더 좋고요.

사진=스포탈코리아,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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