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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의 석유ㆍ가스 국유화

지난 5월 1일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가 천연가스와 석유를 다시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우리의 천연 자원을 다국적기업들에게서 되찾을 것이다. 오늘은 우리가 사유화의 시대를 끝장내고 우리의 국민주권을 회복하는 날이다.”

그 동안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합작기업인 렙솔, 프랑스의 토탈 등 거대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생산 가치의 82퍼센트를 차지하고 18퍼센트만 볼리비아 정부에 납부하며 터무니없이 많은 이윤을 남겼다.

볼리비아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두번째로 많은 나라다. 그런데도 라틴아메리카에서 두번째로 가난한 나라이고, 국민의 60퍼센트 이상이 공식 빈곤층이다.

그래서 가스를 국유화해 그 수익을 평범한 볼리비아인들의 생활조건 개선에 쓸 것을 요구하는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2003년 10월 민중항쟁 때 70여 명이 군·경에 목숨을 잃는 등 그 동안 볼리비아 민중은 석유·가스 국유화를 요구하며 영웅적으로 싸웠다.

이런 민중항쟁 때문에 대통령 두 명이 쫓겨났고, 모랄레스는 가스·석유 국유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12월 대통령에 당선했다.

모랄레스의 새 포고령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2백83만 세제곱미터 이상의 가스를 생산하는 다국적기업들은 생산 가치의 18퍼센트만 갖고 나머지는 모두 볼리비아 국고로 귀속시켜야 한다.(다국적기업들과 주류 언론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볼리비아 국영 석유회사(YPFB) 사장이 말했듯이 “다국적기업들은 생산 가치의 18퍼센트만 갖더라도 20∼25퍼센트의 높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또, 이제 다국적 석유회사들의 영업 활동은 모두 YPFB의 직접 감독을 받게 될 것이다.
요컨대, 이번 국유화 선언은 2000년 물 사유화 반대 투쟁, 2003년과 2005년의 ‘가스 전쟁’ 등 볼리비아 민중의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 거둔 성과다.

볼리비아 민중의 투쟁과 모랄레스의 국유화 선언은 사유화, 시장 개방, 금융·무역 자유화 등이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아니라 우리가 맞서 싸워 승리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줬다.

국유화의 배경

이번 국유화 선언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듯하다.

첫째, 볼리비아 농민·노동자·원주민 운동의 압력이다.

모랄레스는 첫 각료 인선에서 급진적 인사들뿐 아니라 국제 금융기구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 돈세탁 혐의가 있는 백만장자 등도 기용해 기층 사회운동의 비판을 받았다. 또, IMF와 맺은 거시경제 안정화 협약도 그대로 두었고, 노조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도 거부했다. 심지어 어떤 장관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모랄레스가 국유화 공약을 어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된 일부 사회운동 지도자들은 5월 초까지 국유화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회운동이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둘째, 지난 4월 초 미국이 콜롬비아·페루와 각각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것 때문에 볼리비아의 수출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들 협정 때문에 안데스국가공동체(CAN: 볼리비아·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베네수엘라)가 와해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CAN 탈퇴를 선언하고 모랄레스에게도 탈퇴하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자 모랄레스는 4월 29일 쿠바의 아바나에서 카스트로·차베스를 만나 ‘인민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볼리비아로 돌아와서 국유화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