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6) ‘다윗’ 데이터인 넷플릭스가 ‘골리앗’ 자본 무너뜨리는 시대

이원갑 입력 : 2019.06.14 07:17 ㅣ 수정 : 2019.06.14 07:17

[CEO 북클럽] 자본주의 ‘룰’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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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한국생산성본부 ‘미래경영CEO북클럽'에서 '데이터, 자본주의의 진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빅데이터 혁명 전도사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3가지 데이터 자본주의의 본질 제시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회사의 비전이 뭡니까?’라고 물었을 때 어떤 회장님은 ‘10조’라고 답했다. 그것은 ‘비전’이 아닌 경영목표다. 돈이란 더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를 숫자로 단순화되지 않고 원래의 가치로 환원시키는 데 데이터가 쓰이고 있다고 믿는다.

 

국내 ‘빅데이터 혁명 전도사’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자본주의 시장에 변혁을 가져오고 있는 데이터의 역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물건이 지닌 다양한 형태의 가치를 ‘가격’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뭉뚱그려 판단하던 전통적 시장에 데이터가 등장하면서 가격 아래 묻혔던 여러 가치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1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올해 한국생산성본부의 ‘서울 미래경영CEO북클럽’ 제7회 차 강연에 초청된 송 부사장은 ‘데이터, 자본주의의 진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국내판에서 직접 감수를 맡은 책 ‘데이터 자본주의’가 중심 소재로 다뤄져 북클럽 참석자들에게 소개됐다.

 

‘데이터 자본주의’는 빅데이터 분야 석학인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와 기술 전문 기자 토마스 랑게가 함께 저술한 책으로 자본주의 경제에서 데이터 정보의 역할과 변화, 의사결정 전환 등을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송 부사장은 ▲데이터에 의한 산업계의 변화 ▲이를 가능케 하는 빅데이터 기술과 기업들이 취해야 할 대응책 ▲데이터가 자본주의 체제에 끼칠 영향 등을 설명했다.

 

① 데이터 관리 기술의 진보가 산업 판도 바꿔

 

10대기업 리스트, AT&T류 끌어내리고 애플류가 장악

 

“데이터 회사들은 무한복제가 가능한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생산을 하기 때문에 생산 원가를 엄청나게 줄인다. 이를 위해 지적인 형태의 자원과 이를 가공하는 일들을 맡을 수 있는 ‘천재’들이 요구된다. 이제 그들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유지되는 나라가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송길영 부사장은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등 데이터 기업들이 장악한 2017년 기준 미국 10대 기업 리스트를 예로 들며 이 같이 말했다. 100년 전의 10대 기업은 US스틸이나 AT&T, 스탠다드 오일처럼 철강이나 농업, 무역 회사들이 주를 이뤘지만 오늘날에는 공통적으로 데이터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정보 수집과 저장, 분석에 드는 비용이 너무 높아 이를 활용할 수 없었지만 저장 매체의 발달로 비용 문제가 해결된 점이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날 송 부사장은 16GB(기가바이트) 플래시 드라이브가 플로피 디스켓 대비 “불과 20년 새 2만 배 이상의 집적도”를 확보한 점을 예로 들었다.

데이터 기업의 특징에 대해 그는 “더 이상 내수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시설을 만든 후의 원가에 대한 부담금도 굉장히 낮아지고 있다”라며 “똑똑한 친구들을 수천 명 정도만 고용하면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상황들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통해 얻은 정보 그 자체가 돈이 되기 때문에 막대한 자본을 갖추고 시작하지 않아도 전통적인 거대 자본을 토대로 하는 기업들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수집된 정보를 가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파는 것”에 주목했다. 빅데이터를 가공해 파악한 소비자 각각의 선호도를 타 업체보다 먼저 공략한 동영상 제공업체 ‘넷플릭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등 데이터에 기반해 ‘취향 저격’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동영상 시청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마다 다르게 출력되는 맞춤형 영상 추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동영상의 내용 요소를 키워드 ‘태그’로 구성해 이용자의 검색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송 부사장은 데이터의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작년에 넷플릭스 한국 사용자가 20만이 안됐지만 지금 150만을 넘는다. 방송이 힘을 못 쓰고 있다”라며 “지금 KBS 적자가 600억이라 하고 MBC는 작년 적자가 1300억이다. (시장 주도권이)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바뀌고 있는데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시스템의 헤게모니 자체가 데이터 회사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반적인 금융사는 신용카드 결제 기록 정도만 알 수 있지만 아마존과 같은 데이터사는 물건을 고를 때의 행동이나 구매 과정까지 모두 파악한다는 이유에서다.

 

송 부사장은 “개인의 신용평가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내면 금융기관보다 훨씬 더 손실이 적은 대출을 할 수 있다”라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 돈을 갚는 태도와 같은 데이터는 쇼핑몰이나 통신사, 메신저 회사가 더 많이 알고 있어 금융사보다 유리하다는 주장에 상당히 일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이 초래한 산업계 곳곳의 변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시장에서의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던 가격과 화폐가 기술 발달을 통해 실체화된 빅데이터(의 분석 결과)에 왕좌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② 데이터로 재창조되는 자본주의, 화폐의 한계를 빅데이터가 극복

 

“원래 있던 평가 기준을 하나로 합쳐서 단일 단위로 넣는 순간부터 기존에 있던 많은 가치가 함몰되거나 잊히게 된다. 지금까지 다양한 가치를 가격이라는 단일 가치로 환원시켜 문제가 됐지만 각종 한계 때문에 그것은 포기돼 왔다.”

 

자본주의를 성립하게 하는 화폐의 한계를 빅데이터가 극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송 부사장은 내다봤다. 재화가 가지는 다방면의 가치를 거래 과정에서 어떤 수단으로 반영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던 인류가 가격이라는 간편(?)한 기준으로 소위 “퉁 치는”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책 ‘데이터 자본주의’에서 송 부사장은 화폐를 통한 가격 책정이 지니는 문제점을 데이터가 해결할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가격’이란 틀 속에 밀어 넣었던 개인의 필요와 선호를 다시 끄집어내 이를 처리하기 어려워하는 인간을 대신해 인공지능에게 그 해석을 맡기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송 부사장은 “이제 데이터가 쌓이고 저장과 가치의 보존, 연결이 쉬워졌기 때문에 원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그 가치를 계속 가지고 있는 형태의 새로운 자본주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 게 인공지능”이라고 책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처럼 가격에 의지하던 시장에서의 의사결정 기능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빅데이터에 ‘이관’하면서 가격 설정의 매개체인 화폐의 역할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실현되면 이렇게 쓸모가 없어져가는 돈 대신에 정보만으로 경제가 운영되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송 부사장은 전망했다.

 

그는 이젠 데이터 자체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정보로서 소금, 화폐처럼 쓰임이 생기고 기존 화폐보다 유리한 입장을 얻는다”라며 “그러한 것이 새로운 산업으로 커지면서 금융의 미래가 어둡게 전망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③ 의사 결정의 주체가 ‘데이터’로 바뀐다

 

물적 자산에 집착하면 한국에 인재 남지 않아

 

물론 화폐와 그 화폐에 대한 발권력은 중앙집권 국가가 쥐고 있는 권력의 근원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내일 당장 무너져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소비자와 사업자의 의사 결정에 데이터가 깊게 관여하는 것은 필연적이면서 필수적이라는 게 송 부사장의 전망이다.

 

그는 데이터에 의한 의사결정과 관련한 예로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신발 가게가 하나였을 때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해서 살 수 있지만, 신발가게가 10만 개가 있으면 그럴 수 없다”라며 “이제 적응형 시스템이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의 몫이던 선택을 대신해 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여러 시스템의 룰을 실제로 변화시킨다”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인기 영화 순위’가 없는 넷플릭스 사례와 관련해서도 “개인의 취향이 다수의 대중과 다르면 랭킹이란 건 의미가 없는데도 지금까지는 대중이 좋아하면 소수의 행복은 포기됐다”라며 “이젠 인공지능 덕에 개인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이 자본주의 시스템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 분석이 인사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송 부사장에 따르면 일본의 후코쿠 생명은 지난 2016년 ‘언더라이팅’ 자동화 계획을 발표했다. 특정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주는 게 옳은 지 판단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사람이 하던 일을 데이터 분석 체계에 맡기고 인원을 감축하는 경우다.

 

이 같은 판단은 거대 기업에서부터 전통적으로 인간의 직관에 맡기던 업무적, 경영적 의사결정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것에 포함된다. 사람의 판단이 때로는 비합리적이고 그 한계가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목이다.

 

송 부사장은 “더 무서운 것은 투자비를 1년 내에 회수할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추산”이라며 “보험산정인 같은 직업이 나쁘지 않은 직업이었는데 그런 직종을 아예 없애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사람을 줄이는 시도가 나오고 있는 이유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인간 스스로의 의사 결정 범위에 관해 ‘창의성’과 ‘통찰력’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들에게는 이 같은 창의적 인재를 확보해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인간 스스로가 지능화된 사회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송길영 부사장은 “물리적 형태의 자산에만 비용을 지불하려 들면 훌륭한 인재들이 한국에 남기가 어렵다”라며 “비정형적, 창조적 가치를 선점하고 인재가 한국에 남도록 독려하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라고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인재를 얻기 위해 진력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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