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간:1900.5.20 ~ 10.28
선   수:1,066명
국   가:19개국 (러시아, 쿠바, 인도 포함)
경   기:15개
종   목:61개
 

국제 박람회의 해

자신의 조국에서 성대한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싶어했던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에게 1900년의 제 2회 올림픽 대회는 실망이었을 것이다. 파리 올림픽은 쿠베르탱이 책임을 맡았던 두 번째 올림픽이었다. 아테네를 영구 개최지로 하자는 그리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파리가 제 2회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1900년, 파리는 온통 국제 박람회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에펠탑이 이 박람회의 주 전시물이었다. 쿠베르탱은 박람회를 올림픽 대회를 위한 도약대로 삼고 싶어했지만, 사실상 그것은 장애물이라고 할 만했다. 올림픽 대회는 개막식이나 폐막식도 없이 시작했고, 5월 20일에서 10월 28일 사이에 간간이 경기가 진행되는 식이었다. 프랑스의 수도 네 구역에서 벌어진 대회는 무관심과 혼란 속에 진행되었다. 쿠베르탱은 나중에 이런 말을 했다. "올림픽 운동이 이런 대회를 거치고도 살아남았던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간이 경기장

20개국으로부터 온 약 천명의 선수들이 간이 경기장에서 15개 스포츠 경기에 참여했다. 여자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된 스포츠도 있었다. 테니스와 골프가 그 중 꼽을만하다. 테니스 단식과 복식 모두에서 우승한 영국의 샬럿 쿠퍼(Charlote Cooper)는 최초의 여성 올림픽 우승자가 되었다. 파리 대회의 스타는 미국의 앨빈 크랜즐린(Alvin Kraenzlein)이었다. 그는 육상 트랙에서 독보적이었다. 그는 한 올림픽 대회 동안에 네 개의 타이틀을 획득했고, 이것은 깨기 힘겨운 기록이 되었다. 크랜즐린은 넓이 뛰기, 60m, 110m, 200m 허들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아테네 대회에서도 그랬듯이, 개최국에서는 법률을 무시하면서 26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95개의 메달을 싹쓸이했다. 그런데도, 크랜즐린이라는 든든한 선수와 함께 미국은 육상 부문을 장악할 수 있었다. 프랑스 대통령 루베르(M. Loubert)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리 대회는 장려하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대회의 시작이나 끝이나 별로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 단지 1904년 대회가 세인트 루이스에서 성공리에 개최되리라는 희망만이 남아있었다.

주요 사건

실패한 대회

파리 올림픽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실패"라 할 수 있다. 경기는 이 프랑스 수도의 전역에 산재한 경기장에서 산만하게 진행되었다. 대회를 조직하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대회는 5월부터 10월 사이 6개월 동안 국제 박람회와 함께 진행되었다. 이것은 박람회가 올림픽 대회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의 기대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박람회는 올림픽 대회를 도와주기는 커녕 장애물이 되었다.

무관심

몇몇 경기-낚시, 연날리기, 크로케, 대포 발사, 당나귀 타기, 당구 등-는 스포츠라고 하기도 무색한 것들이었다.

기록적인 4개의 금메달

미국의 앨빈 크랜즐린(Alvin Kraenzlein)이 넓이 뛰기, 60m, 110m, 200m 허들에서 네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미국의 독주

22개의 타이틀이 걸린 육상 경기에서 미국 선수들이 1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신종목

조정, 승마, 축구, 럭비, 골프와 양궁이 올림픽 종목으로 선보였다.

공식 행사의 부재

제 2회 올림픽에서는 개막식도 폐막식도 열리지 않았다.

여성 선수

여성 선수의 출전 허용은 뜨거운 논란을 제기했다. 가뜩이나 가열되는 논란에 유수의 작가들이 기름을 끼얹었다. 가령, 사회주의자이며 작가였던 에밀 졸라(Emile Zola)는 여성을 옹호하는 역할을 떠맡았다. 선수의 성별과 상관없이 스포츠 자체를 비난하는 후진적 사상가들과 더불어 논란은 계속되었다. 레온 블로이(Leon Bloy)는 이런 말을 남겼다. "스포츠는 병자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바보들을 만들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총평

대실패로 끝난 파리 대회

"대회는 프랑스에서 스포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가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대회가 보여준 것은 하나의 슬픈 풍경이었다. 아마추어 선수와 프로 선수가 한데 섞여 엄밀히 공식적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경기를 산만하게 벌였다. 경기장은 파리의 네 구역에 산재되어 있었다. 경쟁심과 퍼레이드와 쇼로 파리는 난장판이었다. 올림픽 대회가 이런 실패를 겪고도 계속 개최되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시각으로 보자면 거의 기적에 가깝다."

1983년, 스포츠 사학자인 장-투생 피쉬(Jean-Toussaint Fieschi)의 말이다. 이러한 그의 말은 파리 올림픽 대회가 어떤 대회였는지를 완벽히 요약해 준다. 아테네를 영구히 올림픽 대회 개최지로 하자는 수많은 청원에도 불구하고, 쿠베르탱 남작(baron de Coubertin)은 대회가 자신의 조국 수도, 파리에서 열릴 수 있도록 했다.

국제 박람회라는 기회를 이용해 올림픽 대회가 계속 열릴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 쿠베르탱의 생각이었다. 이것은 실수였다. 박람회 조직 당국에서는 올림픽 대회에 신경도 쓰지 않았고, 쿠베르탱에게는 최소한의 관심을 보였을 뿐이었다. 4년전 대회에서는 15일의 기간 동안 열렸던 대회가 이번에는 5월부터 10월까지 몇 개월에 걸쳐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다.

경기는 동쪽으로는 뱅상, 서쪽으로는 부 드 볼로뉴까지 파리의 전역에서 열렸다. 사격 경기는 동시에 세 개의 장소(세귄 섬, 뱅상, 그리고 베르사이유 근처의 사토리 캠프)에서 열렸다. 이렇게 산만한 경기 진행은 대중의 관심을 전혀 자극하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막판에 발생한 문제 때문에 대회 조직 당국에서는 육상 경기장을 프랑스 경마 클럽으로 옮겼다.

선수들은 진흙탕에서 쩔쩔맸고, 경기용 창이 나무 몸통에 박히는가 하면, 밤나무 가지를 헤치는 중에 해머와 원반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실내 경기는 제일 어두운 구석에서 진행되었고, 수영은 세느 강에서 열렸다. 짐을 싣고 내리는 배들을 헤치며 진행된 경기가 많았음은 물론이다. 어느 모로 보나 파리 대회는 대실패였고, 많은 이들이 올림픽 대회가 결국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   간:1904.7.1 ~ 11.23
선   수:681명 (여성 선수 8명 포함)
국   가:12개국 (남아프리카 포함)
경   기:14개 (시범 경기 2개 포함)
종   목:84개
 

또다시 실패로 이어진 올림픽 대회

아이러니컬하게도 1904년에도 국제 박람회로 인해 올림픽 개최지가 시카고에서 미주리주의 세인트 루이스로 변경되었다. 개최 일정은 7월 1일에서 11월 23일 사이였다. 이같은 결정은 루이지애나와 미국 간의 연합 관계 수립 백주년을 기념하겠다는 취지에서 테오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이 내린 것이었다. 그러나 세인트 루이스 올림픽은 파리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실패로 막내린 올림픽이 되었다. 올림픽의 이미지는 더럽혀졌다.

저조한 대회 참여

세인트 루이스 대회에는 약 600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그중 580명 가량이 미국 선수였다. 참가국의 수는 10여개국에 지나지 않았다. 대서양을 건너야한다는 부담으로 많은 팀들이 올림픽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을 불사하고 대회에 참가한 팀들은 이미 미국 땅에 정착한 동포들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몇 개의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세인트 루이스 대회에서는 세인트 루이스 출신의 영웅이 탄생하기도 했다. 육상 60m, 100m, 200m에서 타이틀을 획득한 아치 한(Archie Hahn)이었다. 하지만 추문도 잇따랐다. 마라톤 우승자였던 미국 출신의 프레드 로츠(Fred Lorz)가 경기 도중 차를 얻어탔다는 사실이 들통나면서 우승 무효 판정을 받았다. 처음 그가 결승선을 넘었을 때, 그는 영웅으로 환대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딸이었던 앨리스 루스벨트(Alice Roosevelt)가 그의 뻔뻔스런 짓을 카메라에 담았고, 결국 그는 우승 무효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우승은 역시 미국 출신인 토마스 힉스(Thomas Hicks)에게 돌아갔다. 힉스 역시 달리는 도중 스트리키니네 주사를 두 번 맞았고 코냑을 몇 잔 마셨던 선수였다. 당시에 약물 복용과 관련한 규제는 아직 생겨나지 않았다.

사상 최초로 우승자들은 금메달을 받았다. 미국이 78개로 최대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개최 국으로서 총 244개의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리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올림픽 대회는 제대로 성사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종목은 너무 많았고, 너무 산만하게 진행되었으며, 스포츠 이외의 행사가 너무 많았다. 대회를 지켜본 관중은 2천명이 될까말까한 수준이었다.

주요 사건

속임수

미국의 프레드 로츠(Fred Lorz)가 결승선을 넘으며 마라톤 우승을 거두었을 때, 그는 영웅으로 환대 받았다.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Alice Roosevelt)가 마라톤 코스를 따라가며 선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었다. 미국 선수 토마스 힉스(Thomas Hicks)가 프레드 로츠의 뒤를 이어 2위로 입장했지만, 곧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이 드러났다. 신속한 조사 결과, 관리들은 로츠가 달리던 도중 차를 얻어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처음에 그를 반겼던 환호성이 이제 야유와 위협으로 변했고, 그는 재빨리 퇴장해야했다.

개를 이용한 성적 올리기

처음부터, 한 남아공 출신 선수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곧 그 이유가 밝혀졌다. 남아공 사람들에게 잘 덤비는 두 마리 개가 그를 쫓았던 것이다.

동시에 열린 행사

세인트 루이스 대회는 4년 전의 파리 대회와 마찬가지로 국제 박람회와 동시에 진행되었다. 파리 때와 같이, 올림픽 대회는 박람회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미국의 독주

세인트 루이스에 모였던 약 600명의 선수 가운데, 588명이 미국 선수들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비싼 미국행을 할 수 없었다. 프랑스를 위시해서 여러 국가들이 이미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자국민을 끌어들여 대회에 출전했고 메달을 획득했다.

개최지를 둘러싼 논란

처음 IOC에서는 만장일치로 1904년 올림픽 개최지를 시카고로 결정했다. 그러나 상당한 논의를 거친 후에, 루스벨트(Roosevelt) 대통령은 세인트 루이스를 개최지로 결정했다. 세인트 루이스는 국제 박람회와 더불어 유럽을 벗어난 최초의 올림픽 유치를 환영했다.

최초의 흑인 메달 우승자

200m, 400m 허들에서 3위를 한 미국의 조지 포우지(George Poage)가 올림픽 명예의 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최초의 흑인이 되었다. 그는 올림픽 대회에 출전한 최초의 흑인 선수 두 명 중 한 사람이었다.

신종목

복싱, 역도, 자유형 복싱과 10종 경기가 올림픽 종목으로 선보였다. 이로써 세인트 루이스 대회에서는 총 14개 스포츠 경기가 펼쳐진 셈이다.

흑백 분리

세인트 루이스는 미주리 주에 있다. 미주리 주는 공식적으로 흑인과 백인간의 평등을 주장하는 주이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만연해 있었다. 대회 조직 당국에서는 유색 인종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자는 생각을 해냈다. 8월 12~13일에 열린 "인류 화합의 날"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부족들을 위한 날이었다.

육상 트랙

대회에 사용된 워싱턴 대학의 트랙은 총 길이 536.45m로 올림픽 역사상 최장의 트랙이었다.

영웅 어우리

미국의 레이 어우리(Ray Ewry)가 4년전 파리 대회 때와 같이 자신이 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정지 넓이 뛰기, 정지 높이 뛰기, 정지 3단 뛰기에서 세 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같은 놀라운 성적은 그가 12세의 나이에 소아마비를 앓고 왼편이 마비된 상태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얻어진 것이다. 그는 1908년의 런던 대회에서도 두 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 대회에서 정지 3단 뛰기는 종목에서 제외되었다.

총평

"인류 화합의 날"이 남긴 씁쓸한 기억

세인트 루이스 대회가 열린 지역은 노예 제도의 유산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었고, 남북 전쟁의 여파는 여전히 곳곳에서 살아 있었다. 미주리 주가 흑백 평등을 공표하고 있었지만, 인종 차별은 만연했다.

대중으로부터 적대적인 반응을 받은 세인트 루이스 대회의 조직 당국은 "인류화합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끔찍한 생각을 해냈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인종 문제와 관련, 민감한 사안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특별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 행사가 그 자체로 전달했던 메시지는 유색 인종이 인간 이하의 존재라는 것이었다.

사타구니만 간신히 가리는 차림으로, 파타고니아의 예훌치(Yehuelche) 인디언 부족 선수인 시우스(Sioux)를 포함해, 멕시코의 코코파스(Cocopas), 필리핀의 모로스(Moros), 일본의 아이노스(Ainos), 아프리카의 피그미(Pygmies) 등의 부족 출신 선수들이 이 "끔찍한 구경거리"에 참여했다. "끔찍한 구경거리(outrageous masquerade"란 표현은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이 그의 회고록에서 썼던 표현이다.

그의 회고록에서 쿠베르탱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짓거리를 올림픽 대회의 일부로 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에게는 할 수 없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 끔찍한 구경거리는 이 선수들에게 달리기, 던지기, 높이뛰기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이 선수들이 백인 선수들을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의 이같은 예언은 이후 칼 루이스(Carl Lewis),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 히토시 사이토(Hitoshi Saito), 앨버르토 후안토레(Alberto Juantorena)나 같은 올림픽 영웅들의 탄생을 생각해볼 때 과연 정확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04년 세인트 루이스 대회에 쿠베르탱은 심지어 참석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