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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장 관련 시
비공개 조회수 1,304 작성일2013.10.20

시장이랑 관련된 시좀 써주세요 ㅠㅠ 너무길지도않고 짧지도않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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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날개
달신
시 8위, 미술 40위, 재즈, 뉴에이지 음악 17위 분야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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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길 - 나태주  
  
모처럼 시장에 가 보면
시끌벅적한 소리와
비릿비릿한 내음새,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들의
냄새와 소리들,
별로 살 물건 없는 날도
그 소리와 냄새 좋아
시장길 기웃댄다.

 

- 하늘의 서쪽/토우/1990

 

 

새벽 시장 - 천양희

어둔 밤이 꿈틀, 몸 바꾼다
외등 몇 다투듯 켜지고
골목들이 반쯤 얼굴 내민다
불빛 속에서 우두커니 사람 쪽을 바라다본다
무엇을 구하러 온 것일까 새벽 두시
나는 겨우 옷 한벌 얻으려고
하루의 첫 시간을 다 보냈다
남산순환도로 돌아보니
길 옆 가로수들이 텅 비었다 아뿔사!
내가 너무 껴입었구나 옷 속에 숨은 몸
나는 나를 숨게 만든 세상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본다
오늘 저 장바닥을 다 돌기 전에
아침이 벌써 올 것이지만
지금 내가 들어서는 이 길 어느 쪽을
몰래 엿보아도 쌓인 것들뿐
그 아래 아무것도 못 벗은 내가 또 쌓인다
벗지 못한 것들이 오래 헐벗었다
흐르는 것, 물이나 구름 바람이나 세월
언제 썩어 거름 된 잎들이 넌 누구냐, 한다
와락 눈앞에 날려드는 생생한 기운
사람들이 새벽을 새벽이 사람들을 마구 흔든다
흔들지만 어디서도 옷 한벌 떨구지 않았다
우리는 어디가 무겁기나 했던가
내려놓을 것이 있기는 있었던가
누군가 툭, 어깨를 치고 간다
텅 빈 동천冬天 하나 날 깨운다
나는 내 손에 잡힌 하루를 풀어준다
문득 세상이 하늘만큼 넓어진다

 

 

시장 갔다 오는 길 - 서정우

 

아내가 아줌마가 되었다.
시장 그릇집에 서서 아내는 개나리처럼 웃었다
가격은 조금도 내려가지 앉았다
헛기침을 했다
제멋대로 자란 턱수염이 까칠했다
이제는 날마다 면도를 해야 했다
깍인 털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이마에, 눈자위에 주름살이 잡혀왔다
날마다 다니는 출근길이 몇 겹으로 겹쳤다
아침마다 버스는 곡예를 했다
차창 밖으로는 겨울해
안개에 묻혀 멈치멈칫 떠올랐다
참 쓸쓸한 생활이었다
친구들, 책, 최류탄, 내 山같은 동생들
어느 하나 이기지 못한 부끄러움이 출산한 슬픔들
그때 아내는 햇살 반사시키는 신입생이었고
인제는 살아가는 에누리의 틈으로 기어든 아줌마
결국 아내는 힘없이 돌아섰고
돌아오는 길
나는 아내의 손에 잡힌 김장김치통 속에 들어앉아
어제 읽다만 책장이나 생각하며
담배를 태웠다

 

 

길음시장 - 신경림

 

여기는 서울이 아니다
팔도 각 고장에서 못살고 쫓겨온
뜨내기들이 모여들어 좌판을 벌인 장거리
예삿날인데도 건어물전 앞에서는 한낮에
윷이냐 샅이냐 윷놀이판이 벌어지고
경로당 마당에서는 삼채굿가락의
좌도 농악이 흥을 돋군다
생선장수 아낙네들은 덩달아 두레삼도 삼고
늙은 씨름꾼은 꽃나부춤에 신명을 푸는데
텔레비전에서 연속극이라도 시작되면
일 나간 아낙들이 돌아올 시간이라면서
미지기로 놀던 상쇠도 중쇠도 빠지고
싸구려 소리가 높아지면서
길음시장은 비로소 서울이 된다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1989

 

 

새점을 치며 - 정호승

 

눈 내리는 날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천원짜리 한 장 내밀고
새점을 치면서
어린 새에게 묻는다
나 같은 인간은 맞아 죽어도 싸지만
어떻게 좀 안되겠느냐고
묻는다
새장에 갇힌
어린 새에게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모닥불 - 안도현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어두운 청과시장 귀퉁이에서
지하도 공사장 입구에서
잡것들이 몸 푼 세상 쓰레기장에서
철야농성한 여공들 가슴 속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면사무소 앞에서
가난한 양말에 구멍난 아이 앞에서
비탈진 역사의 텃밭 가에서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 있는 곳에서
모여 있는 곳에서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얼음장이 강물 위에 눕는 섣달에
낮도 밤도 아닌 푸른 새벽에
동트기 십분 전에
쌀밥에 더운 국 말아 먹기 전에
무장 독립군들 출정가 부르기 전에
압록강 건너기 전에
배 부른 그들 잠들어 있는 시간에
쓸데없는 책들이 다 쌓인 다음에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언 땅바닥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훅훅 입김을 하늘에 불어넣는
죽음도 그리하여 삶으로 돌이키는
삶을 희망으로 전진시키는
그날까지 끝까지 울음을 참아내는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한 그루 향나무 같다

 

- 모닥불/창작과비평사/1989

 

 

바다새들 - 황동규

 

어시장도 끝나고 고기들도 자리 뜨고
배들은 찬물에 배 담그고
닻줄 거머잡고 떨며
별빛 뚫린 겨울 하늘
하늘의 전부를 올려다본다.

가볍고 자주 떠는 살을 나도 가졌다.
어둠 속에 두 날개 꼭 끼고
바다새들이 날아와
작은 부리로 떨며
허공을 쪼으는 소리 들린다.
덮어 씌운 하늘 어느 한 편에
형틀처럼 날개 지닌 조그만 자들.

기다려,
방파제 뒤로 멀리 물러간 바다를
어디선가 만나
모든 살로 껴안고
미친 듯 쪼아댈 때를.

 

- 三南에 내리는 눈

 

 

혼자 피는 동백꽃 - 이생진

꽃시장에서 꽃을 보는 일은
야전병원에서 전사자를 보는 일이야
꽃이
동백꽃이
왜 저런 절벽에서 피는지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꽃을 좋아했다면
그건 꽃을 무시한 짓이지 좋아한 것이 아냐
꽃은 외로워야 피지
외롭다는 말을 꽃으로 한 거야
몸에 꽃이 필 정도의 외로움
이슬은 하늘의 꽃이고 외로움이지
눈물은 사람의 꽃이며 외로움이고
울어보지 않고는 꽃을 피울 수 없어
꽃한테 축하 받으려 하지마
꽃을 달래줘야 해
외로움을 피하려다보니 이런 절벽에까지 왔어

 

- 거문도/작가정신/1988

 

 

간이역 - 신경림

 

배낭 하나 메고
협궤철도 간이역에 내리다
물이 썰어 바다는 먼데도
몸에 엉키는 갯비린내
비늘이며 내장으로 질척이는 수산시장
손님 뜸한 목로 찾아 앉으니
처녀적 점령군 따라 집 떠났다는
황해도 아줌마는 갈수록 한만 늘어
대낮부터 사연이 길다
갈매기가 울고
뱃고동이 울고
긴 장화로 다리를 감은
뱃사람들은 때도 시도 없이 술이 취해
유행가 가락으로 울고
배낭 다시 들쳐메고 차에 오르면
폭 좁은 기차는 마차처럼 기우뚱대고
차창으로 개펄이 긴
서해바다 가을이 내다보인다

201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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