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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버비콘> 리뷰

실화 기반이라 더 잔혹한-


영화 <서버비콘>은, 미국 중산층의 삶을 집약적으로 풍자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미국 외곽 소도시 서버비콘에는 중산층 미국인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도시 발전을 위해 주민 유치에 힘을 기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흑인들의 입주는 꺼리는 이 곳. 벌써부터 '고개를 저을만한' 사건이 예상된다.

뚱뚱한 체구의 배달부 헨리가 집집을 돌며 우편물을 배달하며 백인 주부들에게 안부를 묻지만, 새로 이사온 흑인 여성 마이어스를 마주하자 주춤한다. 흑인 가정이 백인들만 살아가는 도시에 이사온 것은, 서버비콘 주민들에겐 '큰 사건'처럼 여겨진다. 이후, 흥분한 주민 모두는 흑인 가정을 '내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렇게 서버비콘 주민들이 '인종 차별'에 열을 올리는 동안, 한 가정에서는 그야말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가드너 라지가 가장으로 있는 이 집에서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아내 로즈가 목숨을 잃고 만다. 크게 상심한 아들 니키와는 달리, 아빠와 이모 마가렛은 그리 슬퍼하지 않는 듯 하다. 심지어, 살인 사건의 가해자를 보고도 모른 체 하니,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시작부터 불길한 사건의 원인을 눈치 챘을 것이다. 역시나, 로즈의 죽음은 '게획에 의한 살인'이었다. 한데, 이 계획이 '어처구니 없이' 망가져가는 이유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불청객 니키가 있다. 이후, 이 가정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 때문에 사건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정작 파헤쳐야 할 것은 가드너 라지네 사건이지만, 경찰은 주민들의 '흑인 가정 내쫓기' 시위를 막는 데 여념이 없다. 홍당 그 자체다. 백인들은 그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흑인 가정을 격리시키는가 하면, 폭력을 가한다. 이처럼 <서버비콘>은, 백인우월주의가 만연한 당대 미국 사회를 서버비콘이라는 집약된 도시 내 사건을 빌어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인들이 휘두르는 폭력의 힘은, 그야말로 오남용이다. 어리석고 이기적이며, 광기 서린 폭력자들이 판 치는 공간이 끝내 어떤 파국을 맞게 될런지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서버비콘>은 '믿고 볼 만한' 요소들이 많다. 먼저, 코엔 형제가 각본을 썼고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았다. 더하여, 주연인 맷 데이먼과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결과 또한 좋았다.


조지 클루니의 영화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휴머니즘'. 니키와 이웃집 흑인 소년의 우정은 이 기대 요소를 채워주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사실, 이렇게 수많은 기대 요소들에 비해, 영화 전체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실화를 기반으로 탄생됐다는 점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주한 흑인 가정이 쭃겨나야만 했던 사건을 재현해 놓은 작품이기에, <서버비콘>의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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