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문점 교전수칙 변경은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 군인 한 명이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격을 받으며 남측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남측 군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등은 송영무 국방장관을 상대로 북한 측에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점을 질타했다. 그래서인지 군이 판문점에도 한국군 교전수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판문점 내 북한의 공격에 적극 대응하도록 유엔군 대신 한국군 전투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드러난 허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당장 판문점 내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사건 당시 군은 북한군이 차량으로 넘어오는 것은 관측했지만 이후 상황은 놓쳤다. 군사분계선 남쪽 50m 지점에 쓰러진 북한 병사를 발견하는 데 15분이 걸렸다. 경비는 한국군이 맡는데 작전지휘권은 유엔사가 행사하는 지휘체계도 재고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판문점은 남북 대화의 상징적인 장소이다. 이런 곳에서 총격을 자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전협정 때부터 판문점 내에 권총과 비자동소총만 반입 가능한 것도 이곳을 평화의 장소로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판문점에 적용되는 교전수칙은 비무장지대에 적용하는 일반적인 유엔사 교전수칙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총격이 벌어져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에서만 대응함으로써 확전을 방지하도록 한 것도 그런 취지 때문이다. 그런 판문점에 한국군 교전수칙을 적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한국군 교전수칙은 비례성의 원칙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3~4배로 응징하게 돼 있다. 더구나 유사시에는 현장 지휘관이 스스로 판단해 ‘선(先) 조치, 후(後) 보고’ 하게 돼 있다. 사소한 갈등이나 우발적인 총격이 확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판문점에서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꼬투리 잡기다. 북한군이 귀순할 당시는 판문점 방문객이 없는 날이라 경비병 자체가 배치되지 않았다. 북한군이 남측 지역으로 넘어와 사격을 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응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판문점을 대화가 아니라 전투의 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판문점에서까지 총질이 빈번해진다면 대화 장소로서의 의미는 상실하게 된다. 판문점에 한국군 교전수칙을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거두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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