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추운지역 호랑이는 크고 열대 호랑이는 작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추울수록 귀·꼬리 등 돌출부 짧아

열 발산 줄여 체온 유지에 효과적

베르크만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항온동물은 같은 종(種)일지라도 한대에 살면 몸집이 크고, 열대의 것은 작다는 법칙이다. 또 알렌법칙은 항온동물에 있어 일반적으로 동일종의 개체가 한랭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은 귀·입·목·다리·꼬리 등의 돌출부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열의 발산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열의 발산은 몸의 표면적에 따라 달라서, 덩치가 커지면 몸의 총 표면적은 늘어나지만 부피에 대한 표면적(S/V)은 상대적으로 준다. 즉, 몸의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가 2배가 될 때 표면적은 4(22)배로 증가하는 반면에 부피는 8배(23)로 늘어난다. 따라서 한대에 사는 시베리아호랑이는 덩치가 큰 데(큰 것이 생존에 유리함) 반해 더운 곳의 수마트라호랑이는 아주 작다. 사람도 북아시아인은 동남아시아인보다 체구가 크듯이 북쪽유럽인이 남쪽유럽인보다 크다.

“호랑이 개 어르듯”,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여우를 피해서 호랑이를 만났다”, “세 사람만 우겨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등등 이들 범 속담에는 민초들의 애증이 참 많이 묻어있다.

호랑이는 호시탐탐 기회를 본다. 게다가 호시우보(虎視牛步)라고, 호랑이처럼 예리한 관찰력과 소 같은 신중한 행보로 살라 한다. 허 참, 호랑이 걱정할 형편이 못 된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호랑이 꼬리를 잡은 꼴'의 산 병신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좋아. 호사유피(虎死留皮)요, 인사유명(人死留名)이라 했는데, 정녕 가죽은커녕 이름 한 자도 제대로 못 남기고 훌쩍 떠나야 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오늘 따라 그 무서우면서도 다정했던 '호랑이 선생님'이 생각나는 것은? 늙으면 친구보다 좋은 것이 옛 추억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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