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노사 위원 집단 사퇴 파행

이영경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위원들이 집단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저임금위는 이미 법정시한(6월29일 자정)도 넘긴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 관련기사 9면

최저임금위는 30일 오후 4시 민주노총 측 위원 4명이 불참한 상태에서 한국노총 측 위원 5명, 사용자 측 위원 9명과 공익위원 8명으로 회의를 열었다.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진행되던 논의는 1일 오전 5시쯤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내놓자, 한국노총과 사용자 측 위원 14명이 사퇴하고 퇴장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한국노총 측 위원들은 “사용자 측의 막무가내식 버티기와 무력한 최저임금위원장의 태도 등 불합리한 구조에서 이뤄지는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용자 측 위원들은 “영세기업을 위협하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 9명과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한다. 그러나 이날 전체 27명의 위원 중 14명이 사퇴키로 함으로써 향후 표결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날 한국노총은 수정안으로 올해 최저임금 4320원보다 460원(10.6%) 오른 4780원을 제시했고, 사용자 측은 135원(3.1%) 오른 4455원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노사 양쪽이 수정안을 더 이상 내지 않고 대립하자 공익위원들은 오전 5시쯤 회의를 속개하고 올해보다 260~300원(6.0~6.9%) 인상된 4580~5620원을 중재안으로 내놓았지만 결과는 노사 위원의 집단 사퇴로 이어졌다.

한국노총은 “사용자 위원들이 내놓은 인상안은 물가인상 전망치, 생계비 등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더 이상 논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공적 기능을 상실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초래한 파국으로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이 매년 평균 9.1% 인상돼 지불능력이 취약한 영세·중소기업은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압박에 굴복해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는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사태 수습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사퇴서 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4일 다시 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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