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 격전지 '급부상'...중앙은행법 개정 뒤 가속화 전망
[양곤(미얀마)=뉴스핌 양창균 기자] 국내 은행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미얀마. 성장이 정체된 국내 금융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국내 은행들이 너도나도 미얀마로 향하고 있다.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은 고공행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미얀마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이고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얀마의 성장률이 높은 배경에는 천연가스 생산과 수출확대 , 경제개혁과 개방으로 인해 외국인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의 수요처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미얀마의 경제 중심지인 양곤시 위치한 사쿠라타워에서 조경주 KDB산업은행 양곤사무소장을 만나 현지 금융시장상황을 들어봤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중 세 번째로 미얀마 양곤사무소 설립을 최종 승인 받은데 이어 지난달에는 개소식을 열고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경주 KDB산업은행 양곤사무소장이 미얀마 현지 진출전략과 금융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그는 "처음 미얀마 양곤에 도착한 후 사무소 개소를 위한 업무공간 확보도 녹록치 않았다"며 "당초 4월말에 끝날 사무소 공사가 5월말까지 연기됐고 사무용품 구매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보다 더 조 소장의 애간장을 태운 것은 금융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와 접촉이었다고 한다.
조 소장은 "처음 산업은행의 인허가부터 개소식에 참석할 미얀마 정부측 인사를 초청하는 과정까지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며 "심지어 초청장을 보냈는데 현재 미얀마의 행정수도인 '네피도' 이전의 주소를 알려줘 곤혹을 치렀다"며 어려웠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측 인사를 만나는 일도 어려웠다"며 "미얀마 공무원들은 전화 대신에 모든 절차를 서류나 이메일등으로 남기는 습관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개소식을 갖고 KDB산업은행 양곤사무소가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조 소장은 "아직은 미얀마에서 시장조사와 데이터 분석 중심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미얀마 시장을 차별화된 IB전략으로 접근할 계획"이라며 향후 미얀마 시장의 그림을 그렸다.
그는 "미얀마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본점과 싱가포르 및 홍콩 프랜치를 이용할 예정"이라며 "미얀마 시장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등 민간부문의 발전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조 소장은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미얀마 신공항 프로젝트(한따와디 국제공항 건설공항)와 밍글라돈 국제공항 증축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두 개의 총 사업규모는 16억 달러 규모이다. 만얀 한국컨소시엄이 수주하면 금융자본을 산업은행이 맡게 된다.
조 소장은 "현재 산업은행은 업무협조 차원에서 인발브(관여)하는 정도"라며 "향후 최종 사업자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주도하는 한국컨소시엄이 선정되면 금융자본을 산업은행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6월말 미얀마 정부에서 사업자를 선정키로 했으나 다시 한달간 연기했다"며 "한국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방문하고 일본에서도 아베 총리가 올 만큼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 소장은 대출수요가 있으면 한국진출기업에 대해 자금지원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미얀마에는 한국기업들의 진출이 많지 않아 대출수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당장 대출수요가 생기면 얼마든지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소장은 M&A와 관련한 IB업무는 미얀마 현행법상 쉽지 않고 적당한 매물도 없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조 소장은 국내 은행들의 잇딴 미얀마 진출 배경과 현지 금융시장 상황도 전달했다. 미얀마는 금융자동화기기(ATM)도 널리 보급되지 않을 정도로 금융시장이 태동기다.
그는 "국내 은행이 미얀마에 진출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며 "각 은행마다 전략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얀마 양곤에는 KDB산업은행 외에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IBK 기업은행등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중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미얀마 현지은행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마이크로파이낸스(저소득층 대상 소액대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법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여러 제약을 받고 있다.
조 소장은 "국내 은행들이 미얀마 현지은행과 합작법인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지 중앙은행법이 개정돼야 가능한 상황"이라며 "원래 지난 4월 말 중앙은행법이 통과될 것으로 얘기됐으나 6월 말로 연기된 뒤 다시 7월 말로 미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의 중앙은행법이 개정된 뒤에는 국내 은행들의 미얀마 시장공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