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인간의 생명유지속성은 이념이 보는 불평등의 단초지만 자연계의 원리로는 조화이자 질서다. 생명유지속성은 본성과 이성을 모두 갖고 있다. 본성은 무의식과 잠재의식 또는 그 너머에 존재하지만 이성은 에고로 불리는 표면의식과 동거한다. 좋은 운명은 생명유지속성에 자리한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잠재의식의 지속적인 축적이라고 했다. 운명을 개척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곧 최고의 생명유지속성이다. 두려움과 공포에 정면 대응하는 운명의 개척을 통해 좋은 운명이 필연적으로 만들어진다. 운명의 개척이 불평등 속 평등을 이루는 지난한 과정이다. 이를 통해 평등을 누구나 지향해 가면서 불평등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 시작은 두려움과 공포를 이길 용기의 나침반이 되는 사유(思惟)에 있다. 의식활동 중 매우 고차원적인 사유는 어떤 상황도 극복하는 지혜의 본질이다. 사유는 인간의 생명유지속성을 지배하는 신성의 능력을 지녔다. 사유는 만물의 원리가 담겨 있는 정보와 소통하는 일이다. 시공간의 모든 물질과 현상의 이면에 정보 원리가 있다.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사유는 신성의 원리와 소통하는 정보 메커니즘이다. (107쪽 : 뇌를 움직이면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과 자연계를 조종하는 정보 메커니즘은 주체를 모르지만 모를 수밖에 없이 작동하는 원리가 그 주체로 엄존한다) 생명유지속성이 수많은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유를 통한 정보 메커니즘이 함께 작동하면 불평등을 해소할 많은 길이 보인다. 그 길은 불평등이라고 느낄 여지가 없는 운명적인 미래다. 생명유지를 위한 불평등 요소(속성)들 속에서 생명유지에 필요한 평등한 요소를 개척하는 강한 자유의지가 불평등 속 평등을 이룬다.

 

 

A. 자연계의 모든 생명이 생(生)과 사(死)의 운명을 겪는다. 인간도 그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태어나는 즉시 죽음으로 향하는 공포가 엄습해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된다. 죽음의 공포는 불평등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운동성(힘)이다. 이 불평등을 만들거나 키우는 이기심·시기심의 근저에 죽음의 공포가 자리한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 속에 인간이 예외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죽음의 공포는 역으로 존재감을 키운다. 태어난 자존감을 갖도록 하는 기저에 평생 온 몸을 휘감고 있는 죽음의 공포가 꿈틀 거린다. 인간의 존엄성은 살아 있어야 할 당위성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평등을 강열하게 희구하게 하는 원천이 됐다. 존엄성이 사라질 죽음의 운명을 먹잇감 삼는 방어전략이 평등론의 정체다. (147쪽 : 인간이 만물의 존엄성으로 존재하는 근원에 있는 공포 에너지는 생과 사의 위험한 기로에서 나왔다) 존엄성의 눈은 평등을 필요로 한다. 누구로부터도 차별적 대우를 받으면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평등해야 한다는 정의감은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생명유지속성의 발동이다. 따라서 자연의 원리상 틀린 시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해도 그것이 정의가 아닌 줄을 모른다. 세상이 평등해야 안전이 보장되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는 의식은 죽음에의 공포에서 나왔기에 사실상 막무가내다. 불가능한 이상향을 꿈 꾸기에 불평등 샘을 무한정 판다. 평등할 수 없는 환경에 살아야 하는 필연적 운명을 평등해야 하는 존재라고 규정짓는 오판이 불평등 샘의 기원이다. 가상의 세계를 꿈 꾸어 불평등 샘을 조장하는 것이 오히려 극적인 미화다.

 

 

A. 생명유지속성의 근저에 있는 이기심·시기심을 버리는 일이 우선이지만 쉽지 않다. 아니 전 생애에 걸쳐 이기심·시기심을 온전히 끊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기심·시기심은 생명유지속성과 한 몸이다. 따라서 불평등 샘을 파는 운명 또한 피하기 어렵다. 평등을 희구하는 허구에 찬 꿈이 전 생애에 걸쳐 이어진다. 그래서 불평등 샘을 파지 않는 최선의 방식은 불평등을 불평등으로 바라보지 않는 태도라고 했다. 탐심을 벗어날 수 없다면 탐심을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탐심의 한계를 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탐심은 탐욕과 달라 이타성이 공존한다고 했다. 타자의 이타성과 교류할 수 있는 탐심은 사심에서 나온다. (152쪽 : 탐심의 근간을 버릴 수 없으니 사심의 한계를 정하고 그 이상 넘어가려 하지 않을 때 타인의 이타적 에너지를 받아 쓸 수 있다) 탐심의 기저인 사심은 버릴 수 없다. 이런 사심을 기반으로 이타성을 교류하는 탐심이 무한책임의 의지를 키운다. 책임·사랑의 강자논리를 키울 때 불평등 샘을 파지 않는 지혜를 얻는다.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가 그래서 중요하다. 한계를 인정하는 울타리 안에서 최선을 다할 때 한계를 뛰어넘을 지혜를 얻는다. 사심으로 발아한 탐심의 자발적 제어가 그것이다. 탐심은 무한책임의 의지를 키운다고 했다. 그 의지가 탐심이 가면 안 될 탐욕을 제어한다. 제어는 타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향해야 한다. 그 책임감은 반드시 타자의 이타심을 끌어올 수 있다. 강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불평등 샘을 더 이상 파지 않는다.

 

 

 

 

A. 절대성과 창조성은 상통한다. 종교적으로 절대자는 이 세상을 창조했다. 자연적으로 인간만이 유일한 창조력의 주체다. 인간은 곧 신성의 창조력을 가졌다. 호기심과 탐구능력은 창조력의 기반이다. 약자탈출을 위한 약자논리에 호기심과 탐구능력이 있다고 했다. 호기심과 탐구능력은 인류 역사 이래 단 한 번도 끊이지 않은 채 무한히 추구돼 왔다. 인간의 가장 큰 긍정의 탐심이 바로 창조에 있다는 것이다. 창조는 책임·사랑의 강자논리에 반드시 필요하다. (108쪽 : 창조성은 절대성을 갖지는 못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일어나는 경우의 극한값이다) 인간의 창조력이 아무리 위대해도 절대성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무한 수렴의 방식으로 창조력을 키워갈 수 있다. ‘같다’와 엄밀히 같은 방식이 ‘무한 수렴’이라고 했다.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창조력은 신성의 능력으로 항상 항해하는 노력의 극한값이다. 시공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생명활동 중 의식부분은 이처럼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활약이 가능하다. 따라서 창조성은 그 자체로 평등한 세상에서 거닐고 있다. 창조의 힘에 불평등은 없다. 설사 불평등이 있다고 하면 반드시 그것을 넘어 불평등이 없다는 신념을 증거해 준다. 수많은 선사들의 지혜는 이를 평범한 이방인들에게 깨우쳐 왔다.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만 일부의 외눈박이 이념가들은 이를 거부하고 선동했다. 끝내 창조의지를 죽이는 사회를 만들어 모두를 빈곤의 세상으로 안내하는 결과를 빚었다. 불평등의 실체다.

목차

제1장 신 보수의 가치   1-1. 욕망의 장 1-2. 권력의 장 1-3. 경쟁과 차별 1-4. 빈수레 진보 1-5. 이념의 굴레 1-6. 탈 진영의 길 1-7. 신 보수가치   제2장 누가 약자인가   2-1. 인심과 수심 2-2. 베풂과 이기심 2-3. 강자와 약자 2-4. 강자논리 2-5. 약자논리 2-6. 강자의 비탈 2-7. 약자의 험로   제3장 새로운 평등을 말한다   3-1. 불평등 샘 3-2. 평등론 3-3. 평행한 삶 3-4. 삶의 사단(四端) 3-5. 책임의 행복 3-6. 신들의 평등 3-7. 인간의 지혜   제4장 제국주의는 없다   4-1. 열국주의 4-2. 제국과 식민지 4-3. 민족의 꿈 4-4. 제국의 꿈 4-5. 1인 나라 4-6. 초국의 실수 4-7. 무국의 질서   제5장 민중은 가공됐다   5-1. 국민론 5-2. 민중론 5-3. 지성적 시민 5-4. 오만한 민중 5-5. 인공의 허(虛) 5-6. 신들의 공(功) 5-7. 인간의 꿈   제6장 역천의 이념인가   6-1. 건곤(乾坤) 6-2. 변증 소용돌이 6-3. 하늘의 영광 6-4. 반야(般若)의 지혜 6-5. 순천&역천 6-6. 현재형 인간 6-7. 미래 사다리   제7장 이상사회를 논하다   7-1. 제3의 역사 7-2. 사회적 굴레 7-3. 사회의 꿈 7-4. 대동사회 7-5. 커뮤니티 진보 7-6. 이상국가론 7-7. 이상사회론

Q. 이념이 불평등 샘을 파고 있다면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은

 

A. 계몽주의 시대 이후 많은 사상가들이 현대 자유민주주의 틀을 세우는데 기여했다. 삼권분립은 가장 효율적인 불평등 속 평등원리의 실현이다. 입법·사법·행정 삼권 자체가 국민과는 불평등한 권력이지만 세 권력은 상호 견제하면서 국민들에게 평등한 권력으로 수렴해야 하는 정의가 부여됐다. 세 권력이 평형을 이룬다면 이념적 평등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래서 이념은 완전한 평형상태는 물론 그 평형을 가능케 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좋게 보지 않는다. 특히 사적 자유를 기반으로 한 사유재산을 불평등의 단초로 여긴다. 자유는 이념적 평등의 적이 됐다. 자유·평등·정의를 주장하는 이념이 허구에 찬 평등론에 빠져 있는 증거다. 자유와 평등은 적대적이 아니라 상극(相克)의 조화다. 선의 운동성에 의해 악이 가상으로 태어나 선을 비추면서 조화로운 질서가 형성된다고 했다. 자유와 평등도 마찬가지다. 평등은 자유가 존재하는 가운데 태어난 가상의 존재다. 평등은 자유를 더 자유로운 것으로 비춰주는 상극의 질서다. 상극(相克)의 질서는 상호 극진(極盡)하게 필요한 상극(相極)의 모습이다. 이 같은 기막힌 질서를 파괴하고 평등을 우선하고자 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하늘의 질서가 용서하지 않는다. 그 중 빈곤은 필연적인 형벌이다. 자유만이 불평등 샘을 파고 있는 이념의 마수를 막는다. 강한 자유의지 네트워크가 바로 시장이다. 시장은 효율을 추구하는 상생·협력의 약자논리가 뭉친 곳이자 책임·사랑의 강자논리가 희망으로 역동하는 곳이다. (271쪽 : 행복과 불행을 관통하는 곳에 효율성을 높이는 공동운동 내지 힘의 쌍방향성이 자리한다) 한쪽의 극으로 몰입된 정의는 없다. 약자든 강자든 상극의 조화를 필요로 한다. 생명의 원동력인 전하(電荷)·자하(磁荷)가 현대문명의 메가기둥이면서 빛의 원리인 것과 같다. 전하·자하가 상극의 원리를 타고 있듯이 한쪽의 극으로 치우친 이념이 만드는 불평등 샘을 막을 방법은 상극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유의 원리에 있다.

 

 

A. 불평등의 문제가 정의로 포장된 것이 이타성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이기만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 그 내막에서는 권력욕과 이기심이 작동한다. 불평등에 대한 정의감은 누군가의 권력에 이용되는가 하면 개인들의 탐욕을 자극하고 또한 그 탐욕에 빠지도록 만든다. 물론 현실의 불평등에 눈감아서는 안 되는 정의가 있다. 하지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궁극의 근원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 이념은 이를 거부하면서 권력과 이기심을 채운다. 타자를 위한 척 하기에 선한 양의 탈을 썼다. 반대로 불평등을 인정하지만 그것은 없다는 배수진의 노력은 타자를 위한 진실한 분투다. (306쪽 : 타자를 위한 일이 자신을 위한 천사의 선물이다) 타자를 위한 순수한 노력은 생명유지속성 중 에고가 잘 허용하지 않는다. 에고는 늘 권력과 이기심을 탐하도록 부채질한다.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는 용기가 잠재의식에 쌓이도록 하는 것이 이를 이기는 일이라고 했다. 무의식에 쌓인 용기가 잠재의식으로 드러날 때 에고를 극복한다. 끝까지 저항하는 에고를 이기는 것은 그래서 천사의 선물이다. 이는 지고지순한 순수의지를 창조하는 일이다. 순수의지는 반드시 상생·협력의 약자논리와 책임·사랑의 강자논리를 확산시킨다. (306쪽 : 타자를 위한 일은 자신이 빠져 있는 못난 현실, 부정적인 현실, 고통의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다)

 

 

A. 현대물리학의 첨병인 양자역학은 만물의 존재 가능성을 확률정보로 제시하고 있다. 정보는 물질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물질의 원천 소스다. 이를 있다고 하기도 하고 없다고 하기도 한다. 확률적 운동성이 이 세상의 원류이자 주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틀렸다. 행복 또한 마찬가지다. 행복이 존재하는가 싶으면 이내 그 행복은 사라진다. 그런 탓에 대개 그 행복은 행운으로 여겨진다. 특히 ‘고단한 평등’을 피한 채 주관적 의지가 약할 때 찾아오는 행복을 행운으로 확신한다. (341쪽 : 행운은 사라진 후에 반드시 불행의 기운을 부르는 차가운 에너지를 갖고 있다) ‘행복한 평등’을 원한다면 ‘고단한 평등’을 마주해야 한다. 둘은 떨어진 관계지만 상극의 질서 속에 조화롭다. 고단한 평등을 마주할 때 진짜 평등이 저벅저벅 다가온다. 고단한 평등은 불평등 속의 평등을 수렴하는 강한 용기의 자유의지다. 늘 험난한 현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현실은 확률적 운동성으로 언제든지 자유의지에 의해 바뀐다. 확률에 의해 존재하는 세상은 만물의 원리인 정보가 좌우한다고 했다. (341쪽 : 정보만 존재하는 것은 현상계에서 물화(物化)되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비물화된 시그널과도 같다) 이는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정보만 담은 상태가 외부로 표출되지 않은 상태와 유사하다. 행복한 행운도 정보로 존재하는 에너지다. 행복을 느끼는 것은 생명유지속성을 자극하는 전자기적 정보 흐름이다. 잠재의식이 아닌 에고의 표면의식만 자극하는 행복은 진짜 행복이 아니다. 행운에 기대도록 하는 행복한 평등은 환상이다. [계속]